치유와 성장 (에세이)

내가 좋아하는 것 vs 잘하는 것? 창작자라면 가져야 할 자세! (최성운의 사고 실험 ‘작가 이종범 인터뷰‘)

노란찹쌀떡 2024. 12. 15. 09:43

https://youtu.be/_xS4SwJjljU?si=iilxZWnGXgkwPqwo

1. 어떤 걸 직업이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그날도 여느 때처럼 클럽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문듣 제가 어떤 걸 느꼈냐면
동료들하고 합주를 하면서 합을 맞추는게 즐거운데
지금 홀에서 이 연주를 듣고 있는 관객들이 만족하고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저한테 조금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지금 저 관객 중 누군가가
오늘 연주 끝나고 가다 집에 가다가 나한테 와서
나 오늘 안 즐거웠으니까 내가 낸 관람료 돌려줘 라고 하면
흥쾌히 돌려줄 것 같은 마음상태라는 걸 알았어요.
왜냐하면 내가 너무 즐겁고 내가 충분히 즐겼으니까
근데 바로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이것을 과연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학생일 때 만화를 그려서 친구에게 보여주는 순간
저는 눈앞에서 내 만화를 보는 친구들 뚫어지게 관찰했거든요.
지금 저 페이지를 넘기면 내가 고민했던 개그컷이 나와요. 웃을까? 안웃을까?
만약에 안 웃잖아요? 다시 그렸어요.
그때는 만족을 주고야 말겠어.
그 대가로 난 너에게서 돈이든 뭐든 받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오히려 직업의 사전적인 의미 아닐까요?
그런데 음악은 내가 나를 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 거죠. 그 결과 돈이 벌렸을 뿐이고.
최초의 시장이자 유일한 시장이 오직 나구나.



2.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 매우 중요해요.


초등학교때 전학을 5번이나 다녔어요.
매년 이미 친해져 있는 친구들 사이로 들어가야 되면 눈치 보는 아이가 돼요.
그 덕에 많을 것들을 얻었어요.
같이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게 된 것도 있고
하지만 제가 운이 좋다고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등하교를 같이 할 친구들이 없었다는 거에요.
어쩔 수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저 자신을 구경하듯 관찰할 시간이
내 의사와 무관하게 많나 주어졌던 느낌이 들거든요.
보통 흔히들 사춘기라고 얘기하는 그 시기에 저는 저의 작동 원리 저라는 사람의 설계도를 뜯어보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거든요.
그래서 내가 어떤 것울 겁내고 어떤 것을 두려워하고 어떤 욕망이 있고
그런 모습 중에 어떤 건 구리고 어떤 건 좀 멋지고 하는 것들을 10대 내내 참 많이 건졌던 것 같아요.



3. 나를 이해하고 나와 화해하는 것이 성장이다.


그리고 이어진 20대 10년 내내 저는
그 중에서 제가 참 싫어하는 저의 모습들을 소환해서
마치 룸메이트 데리고 사는 것 같은 감각으로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방에 들어온 룸메이트
이름은 이종범이라고 합니다.
걔 등짝을 때려보기도 하고 응원을 해주기도 하고
그런 느낌으로 살았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지금 저도 제 자신이 100% 맘에 들지 않는데
그럼 바로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어요.
마음에 좀 안 들면 어때?
저한테 그 얘기를 참 많니 해준 시기가 20대 내내였어요.
저라는 룸메이트를 데리고 사는 감각으로 20대의 10년을 살았던 것 같고 그때 저는 저랑 많이 화해를 했습니다.
그 덕에 30대에 작가가 되고 난 뒤에는 악플을 받거나 작가로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을 때 등등의 기간을 비교적 연착륙으로 갔던 게 아닌가.



4. 빠르고 곧은 길 vs 넓고 느린 길


#슬램덩크 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노가 그린 역작 #베가본드 의 중간을 보게 되면
자기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미아모토 무사시를 보면서 열등감에 시달리는 친구 마타하치가 등장하죠.
마타하치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눈부신 삶을 보면서
자기를 부정하고 자괴가 속에서 삽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되냐면 목도리 도마뱀처럼 거짓된 모습으로 자신을 부풀려요.
점점 사람이 망가지는 거죠.
근데 그런 마타하치에게 모친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해준 말이 있어요.
’갈지자로 걸으면서 방황하는 자신을 너무 부정하지 마라. 나중에 가서 뒤를 돌아보면 네가 걸어온 길이 그 누구의 길보다 넓었을 거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직선으로 뛰었기 때문에 멀리 갔을지도 모르지만 마타하치의 길은 그 덕분에 넓어졌거든요. 그리고 그 넓은 길은 많은 사람이 걷기에 좋은 길이잖아요. 저는 작가 또는 창작자라는 사람에게는 이 말만큼 어울리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과정들이 나중에 만들 콘텐츠의 어떤 부품으로 쓰이게 된다는 진리를 저는 느껴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해야 쓸데없는 에너지를 안 쓸 수 있어요. 창작자에게는 창작하려는 본인이 가장 중요한 1번 도구인데 대부분은 가장 중요하고 귀한 도구를 막쓰면서 금이 가게 만들거든요.